코칭 현장에서 매번 새삼스럽게 깨닫는 지혜가 있습니다. "제대로 듣기만 해도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유능한 리더들은 이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할까요? 경청을 방해하는 것은 의지의 부족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몸에 밴 내면의 습관이 너무 자연스럽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 습관을 정확히 알아차리는 것이 경청의 진짜 출발점입니다.
1. 듣는 척하면서 사실 반박을 준비하고 있다
팀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건 이미 해봤는데", "그 방향은 리스크가 있어"라는 반론이 머릿속에서 완성됩니다. 귀는 열려 있지만 뇌는 이미 닫힌 상태입니다. 출구는 다짐이 아닙니다. 회의 중 "나 지금 듣고 있나, 아니면 답 만들고 있나"라는 질문 하나를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 그 알아차림만으로도 뇌의 작동 방식이 바뀝니다.
2. 고개는 끄덕였지만,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말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회의가 끝나고 "아까 그 팀원, 말할 때 표정이 어땠나요?"라고 물으면 기억하지 못합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지만 목소리가 작아졌는지, 잠깐 망설였는지는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내용은 처리됐지만 감정은 흘러간 겁니다. 팀원은 말은 했지만 전달된 느낌이 없고, 그래서 점점 침묵하게 됩니다. 상대의 표정과 목소리까지 기억하려는 의도적인 주의가 이 침묵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습니다.
3. 나는 듣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듣지 않는다'고 느낀다
경청은 내 마음속에서만 일어나면 의미가 없습니다. 표정이 굳어 있고 시선이 팀원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으면, 상대는 "말해봤자 소용없다"고 읽습니다. 고개 끄덕임, "그렇군요", "그래서요?" 이 작은 신호들은 예의가 아니라, 상대가 더 깊이 말하게 만드는 촉진제입니다.
20세기 정신의학자 칼 매닝거(Karl Menninger)는 경청의 힘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경청은 자성(磁性)을 지닌 기이하고도 창의적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친구들과 가까워진다. 사람들이 우리의 말을 경청하면
우리는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고 능력을 더 펼쳐 나가게 된다."
결국 상대의 능력을 활짝 펼치게 만드는 경청은,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작동했던 내면의 습관을 냉정하게 알아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