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유통사에 다니다가 최근에 조금 더 산업 전망이 좋아 보이는 IT 회사 경영기획팀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창업자를 비롯해 경영진, 저희 팀장까지 모두 이공계 출신이기도 하고 회사가 개발 직군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비개발 직군, 특히 문과 출신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입사하자마자 느껴집니다. 최근에 퇴사자들이 몇 명 있었는데 대표이사가 회사를 나간 저희 팀 인력을 두고 “대체 가능한 인력”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욕심이 많고 경영학과 학부생 때도 학점 관리를 거의 만점에 가깝게 했을 만큼 완벽주의 성향이 강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대내외 환경에 대한 분석력, 전략적 사고 등이 제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하는데 회사 구성원들이 이런 소프트 스킬보다는 숫자와 데이터, IT 도구를 다루는 데 얼마나 능숙한지 등 하드 스킬만을 유능함의 지표로 생각하는 게 불만입니다.

모든 회사가 그렇듯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일반 총무, 비서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소위 ‘현타’가 옵니다. 이런 업무는 위에서 생각하는 ‘대체 가능한 일’이 맞다 보니 잡일을 담당하는 소모품으로 느껴지고요. 경영기획 업무를 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인 걸까요? 직장에서 보람을 느끼고 싶다는 게 제 욕심인 건지, 아니면 제 성격상 지금이라도 직무 변경에 도전을 해보는 게 나은 건지 고민입니다.

👩‍💼김재은 대표: A 차장님, 열심히 일하며 커리어를 잘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며 애쓰시는 것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커리어 방향성을 잘 쌓아야 하는 차장급 인재로서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의 많은 부분과 연결될 수 있기에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는 시기일 겁니다. 지혜롭게 커리어 여정을 밟아 나가기 위해서 지금의 선택이 참 중요할 수밖에 없죠. 앞으로 나아갈 또 다른 선택과 연결돼 차장님의 미래의 디딤돌이 될 테니 말입니다. 

1️⃣ 산업군과 자신의 관심사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대기업 전자 회사의 사업개발팀에 근무했던 한 차장님은 연봉도 좋고 다른 조건이 다 괜찮았지만 열정이 생기지 않아 오랜 세월 고민하다가 화장품 기업으로 2년 전에 이직을 하고, 지금은 임원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열정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열정이 없었던 건 전자제품 분야에 대한 본인의 흥미와 업무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하셨는데요. 만약 IT 회사로 이직한 A 차장님에게 IT 산업 전반의 이슈가 재미있게 느껴진다면 그 산업군이 잘 맞을 겁니다. 회사의 성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계속 열정과 아이디어가 생각난다면 이 역시 산업군과 관심사가 일치한다는 뜻이겠죠.

사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산업군에 흥미가 있는지 잘 모릅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잘 살펴봐야합니다.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떤 부분에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지, 자주 말하고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어디인지 정리해 보면 가장 좋아하는 산업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인생 우선순위 정립하고 본인 직무의 가치 증명하기

산업군과 함께 생각해야 할 부분은 그 일을 하기 위한 나 자신의 인생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정립하는 것입니다. 해외 역량 평가 전문 기업인 ‘성공진단(석세스파인더, SuccessFinder)’에 따르면 모든 사람에게는 중요한 인생의 우선순위 10가지가 있습니다. (표 1) 만약 차장님의 인생 우선순위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가 커리어가 중요한 ‘경력 중심’,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학습성’, 사람들과 많이 만날 수 있는 ‘사교성’이라면 학습을 하면서 경력을 개발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직무에 종사해야 합니다. 직무에 변동이 있더라도 그 3가지가 모두 채워진다면 인생이 밸런스가 잡혀 있다고 생각하고 만족도가 높아질 겁니다.

A 차장님은 경영기획팀이라는 핵심 부서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개발자 선호도가 높은 회사일수록 A 차장님 같은 인재가 희소합니다. 오히려 개발 직군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전략과 인력 운용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성장 엔진을 담당할 수 있음을 스스로 인식해야 합니다. 자신이 종사하는 경영기획팀에 대한 가치와 정의를 스스로가 잘 내려야만 다른 사람들이 ‘대체 가능하다’라는 피드백을 줄 때 당당하게 맞서고 설득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IT 조직이 빠른 변화와 잦은 이직, 개인주의와 인력 간 갈등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그런 조직에서 경영기획팀은 경영진과 함께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장단기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한 사내 조직문화와 핵심 가치 내재화, 채용, 육성 보상 등 회사를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부분에 자부심을 느끼신다고 말씀하셨는데 타인의 평가와 무관하게 그 부분에 대한 명확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나 자신이 프로라는 생각으로 바로 서야 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3️⃣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식을 확장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