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한 중견기업 마케팅부서의 팀장으로 일하는 13년차 직장인입니다. 요즘 아침에 눈 뜨면 회사 가기 싫어서 한동안 침대 위에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곤 합니다. 그간 열심히 노력한 끝에 승진도 하고 조직에서 인정받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도 됐는데요, 이게 고통의 시작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언제부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이 몰려들고, 부서에 새로운 일이 생기면 몽땅 제 앞에 쌓여 있는 경우가 확 늘었습니다. 처음엔 주위의 인정을 받게 된 것 같아 보람을 느꼈지만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담당 임원이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저부터 찾는데 타 부서 팀장들은 자기 일만 하고 손을 털어버립니다. 제가 도움을 요청하면 돌아오는 건 '우리 에이스가 왜 그러느냐'는 공허한 치하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팀원들은 번번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가져오고... 간단한 일조차 맡길 수가 없어 제가 일일이 검수하고 다시 작업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 도무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입니다. 제가 원하는 건 적정 수준의 업무량과 형평성입니다. 성과평가 점수를 잘 받는다고 해서 제 마음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협업과 분배의 이슈,
공정성과 타당성 측면에서 접근해 보세요.
인코칭 김재은 대표
'공정성(Fairness)'은 조직 내에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구성원들이 조직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돕고 신뢰, 협력 및 협동을 촉진하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박 팀장님께서는 특히 이 공정성을 간절히 원하는 상태입니다. 상사가 불공정한 수준으로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협업에 대한 이슈 또한 지속적으로 발생되기 때문에 아침에 눈을 떠도 회사 가기 싫어하는 마음까지 갖게 된 것 같습니다.
한편 '타당성(Validity)'은 결정이나 행동이 개별 상황에 합리적이고 적절하게 취해지는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특히 조직에서 내린 결정이 개인의 특성과 필요에 맞춘 적절한 지원과 기회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팀장님의 경우를 대입하면 상황에 맞춰 다른 팀장들과 협업하면서 다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일을 회피하는 동료들로 인해 협업과 분배가 타당하지 않다고 느끼시겠네요. 한두 번은 모르겠지만 지속적으로 공정성과 타당성이 없다고 생각하면 사람은 누구나 억울함과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직면한 문제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명확한 소통
팀장으로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조직에서 나타나는 결정이 불분명하거나 불공정해보일 때, 갈등을 고조시키기 보다는 이 상황을 초래한 상사와 동료의 대인관계 상황인식(Interpersonal Situational Awareness)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코칭 R&D센터가 700여 명의 코칭 사례를 분석해 고학력, 고직급, 고성과 리더들이 사람 관리를 잘하지 못하고 관계의 문제를 초래하는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그 결과 자기 인식(Self-awareness)과 대인관계 상황인식이 모두 낮을 때 가장 문제가 심각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박 팀장님의 상사는 자신이 이미 뛰어난 업무 스킬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팀장님에게 배치된 업무가 많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해당 업무를 잘하고 빠르게 하는지에 대해 자기 인식을 하지 못하고, 박 팀장님의 업무 스킬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차이에서 나타나는 갈등입니다. 어떤 업무를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료들이 서로를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인관계 상황인식도 낮을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코칭 질문을 통해 현재 상황을 모두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인관계 상황인식을 촉진하는
3가지 전략. PCC
Perceiving | 문제에 대한 조직의 정확한 상황 인식
자신에게 왜 업무가 지속적으로 배당되고 있는지, 그것이 공정한 것인지 아닌지 객관적으로 살펴봐야합니다. 해당 업무가 박 팀장님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동료 팀장들의 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들의 상황과 업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노고를 인정하는 것도 협업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여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Clarifying | 공정성과 타당성 확보를 위한 이해관계자와 명료한 소통
인식 단계에서 공정성/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았을 경우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이해관계자와 명료하게 소통하는 것이 갈등을 예방하는 핵심입니다.
팀장 미팅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해 사업부 내에서도 문제가 논의되게 하는 것도 해결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결정이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와 같은 질문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생각을 전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 먼저 움직여, 나의 관심사를 우리의 관심사로 돌려 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Coaching |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한 코칭 질문과 해결 방안 도출
성과 달성을 위한 방향성을 맞추기 위해서 win-win하는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코칭 질문을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것을 가장 잘 해결한 부서가 어딘가요?", "어떻게 협업하면 최선의 결과를 낼까요?" 등의 질문을 준비하세요. 자연스러운 질문을 통해 임원이 지시하지 않아도 상호 좋은 컨센서스를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시와 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의사소통으로 솔루션을 도출하고 팀워크를 높일 수 있습니다.
정직한 감정 표현과 적극적인 의사소통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번아웃은 '건강상태에 주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직업 관련 현상'으로 분리될 정도로 현대 직장인에게 심각한 위험 요소입니다. 변화가 극심한 요즘 같은 시대에는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공유하며,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변화와 갈등, 분배에 대한 이슈는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업무 경험과 실력을 향상시키며 잠재적인 번아웃을 방지하는 데는 나 자신의 생각과 결정, 그리고 행동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을 지혜롭게 하기 위해 혼자 갈 수는 없습니다. 믿어주는 멘토나 코치를 찾고, 이해하고 지지하는 동료들과 협력함으로써 박 팀장님 자신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